【출처】 대법원 판례 — 대법원 2023다285162 (2026.01.22) · 국가법령정보센터(법제처)
[1]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 행사의 객관적, 합리적 기대가능성을 부정하는 사유가 있는 경우, 민법 제766조 제1항의 단기소멸시효가 진행하지 않는지 여부(적극) 및 이때 권리행사의 객관적, 합리적 기대가능성이 있는지 판단하는 기준 / 국가배상청구권이 문제 되는 사안에서 권리행사 가능성이 있는지 판단할 때 고려하여야 할 사항
[2] 헌법재판소가 2021. 5. 27. 구 광주민주화운동 관련자 보상 등에 관한 법률 제16조 제2항의 ‘광주민주화운동과 관련하여 입은 피해’ 중 ‘정신적 손해’에 관한 부분은 헌법에 위반된다는 결정을 선고한 후, 5ㆍ18민주화운동 관련자의 유족 등인 甲 등이 공무원들의 위법한 공무집행행위로 인하여 정신적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면서 국가배상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는데, 甲 등이 5ㆍ18민주화운동 관련자의 가족으로서 가지는 고유의 위자료 청구권이 민법 제766조 제1항에서 정한 3년의 시효로 소멸하였는지 문제 된 사안에서, 甲 등이 광주민주화운동 관련자 보상심의위원회의 보상금 등 지급결정으로 손해 및 가해자를 알았더라도 보상금 등 지급결정일에 자기 고유의 위자료 청구권을 행사할 것을 객관적, 합리적으로 기대할 수 있었다고 평가할 수는 없고, 甲 등에게는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이 있기까지 고유의 위자료 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었던 장애사유가 존재하였다고 보아야 하므로, 위헌결정일로부터 3년이 경과하기 전에 소를 제기한 이상 甲 등의 가족 고유의 위자료 청구권에 관한 소멸시효는 완성되지 않았다고 한 사례
[1] [다수의견] 국가배상청구권에 관하여 국가배상법 제8조에 따라 적용되는 민법 제766조 제1항은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의 단기소멸시효 기산점을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로 규정한다.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이란 피해자나 그 법정대리인이 손해 및 가해자를 현실적이고도 구체적으로 인식한 날로서, 그 인식은 손해발생의 추정이나 의문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고, 손해의 발생사실뿐만 아니라 가해행위가 불법행위를 구성한다는 사실, 즉 불법행위의 요건사실에 대한 인식으로서 위법한 가해행위의 존재, 손해의 발생 및 가해행위와 손해 사이의 인과관계 등이 있다는 사실까지 안 날을 뜻한다.
민법 제166조 제1항은 소멸시효 기산점을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때’로 규정한다.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에 관한 3년의 단기소멸시효에는 민법 제766조 제1항 외에 소멸시효 기산점에 관한 일반 규정인 민법 제166조 제1항도 적용되므로, 단기소멸시효는 피해자가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에 더하여 그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때’가 도래하여야 비로소 진행한다. 따라서 권리행사를 가능하지 않게 하는 장애사유가 있다면 민법 제766조 제1항의 단기소멸시효는 진행하지 않는다.
여기서 권리행사를 가능하지 않게 하는 장애사유는 일반적으로 법률상 장애사유를 의미하므로, 권리자의 개인적 사정이나 권리 발생 및 권리행사 가능성에 대한 부지 등 사실상 장애가 있다는 사정만으로 소멸시효가 진행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다만 법률상 장애와 사실상 장애는 민법상 정의되거나 민법의 문언에 근거를 두고 있지 않고, 양자가 언제나 뚜렷하게 구별되지도 않는다. 법률상 장애와 사실상 장애의 구별에 따라 소멸시효 기산점을 판단하는 방식은 일반적으로 타당하나, 그것이 어떠한 예외도 허용되지 않는 판단 방식이라고 할 수는 없다.
민법 제166조 제1항에 따른 소멸시효 기산점인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때’의 궁극적 판단 기준은 ‘권리행사의 객관적, 합리적 기대가능성’이다. 그러므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 행사의 객관적, 합리적 기대가능성을 부정하는 사유가 있다면 그것이 일반적으로 이해되는 법률상 장애사유가 아니라도 민법 제766조 제1항의 단기소멸시효가 진행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 이때 권리행사의 객관적, 합리적 기대가능성이 있는지는 소멸시효 제도의 취지와 더불어 권리의 목적과 성격, 채권자와 채무자의 특성과 상호 관계, 사안의 유형과 맥락 등을 두루 규범적으로 고려하여 권리행사가 문제 되는 시점의 일반인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또한 국가배상청구권이 문제 되는 사안에서는, 국가가 개인의 기본권 보장 의무를 저버린 채 오히려 국민에 대해 불법행위를 저지름으로써 발생한 손해를 사후적으로 회복ㆍ구제하기 위해 마련된 특별한 기본권이라는 국가배상청구권의 특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나아가 공무원이 통상적인 공무수행 과정에서 개별적으로 불법행위를 저지른 것이 아니라 이른바 과거사 사건과 같이 공무원들이 조직적으로 관여하여 불법행위를 저질러 중대한 인권침해가 발생하였고, 이후 진실규명의 어려움, 억압적 사회 분위기 등으로 국가배상청구권 행사가 사실상 곤란하였다면 이러한 사정도 함께 참작하여야 한다.
일반적으로 법률의 부지나 잘못된 법률 해석은 권리행사의 객관적, 합리적 기대가능성을 부정하는 사유가 아니다. 하지만 국가배상사건의 가해자인 국가가 국가배상 관련 법령을 제정ㆍ집행하는 과정에서 국가배상의 법률관계를 복잡하고 불명확하게 만들었고, 그로 인하여 피해자인 국민이 자신의 권리관계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여 그 권리를 행사하기 어렵게 된 경우에는, 사후적인 법령 해석 결과 그 권리를 행사할 수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는 이유로 법률관계가 불명확하였던 이전 상황에서도 권리행사 가능성이 있었다고 쉽사리 단정해서는 안 된다. 이 경우 권리행사 가능성은 관련 법령의 내용 및 이에 따른 국가의 조치 등에 비추어 일반적인 피해자라면 국가를 상대로 권리를 행사할 것이라 객관적, 합리적으로 기대할 수 있었는가를 중심으로 국가배상제도의 목적과 피해자 보호 필요성 등을 함께 고려하여 신중하게 판단하여야 한다.
[대법관 오경미의 별개의견] 다수의견이 제시한 ‘권리행사의 객관적, 합리적 기대가능성’이라는 새로운 기준이나 별개의견이 제시하는 소멸시효 항변에서의 권리남용 법리는 모두 정의와 형평이라는 신의성실의 원칙에 기초한 것이지만, 적용의 양상에 차이가 있다. 다수의견은 소멸시효 기산점의 확정 단계에서 법률상 장애와 사실상 장애의 구분 기준에 신의성실의 원칙을 적용한 것인 데 반해, 별개의견은 선례에 따라 위 구분 기준을 유지하되 사실상 장애로 ‘권리행사의 객관적, 합리적 기대가능성’이 없는 사안이라면 이는 ‘객관적으로 채권자가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장애사유가 있었던 경우’로서 선례가 ‘소멸시효 완성 주장이 권리남용에 해당하여 허용할 수 없는 때’로 인정하는 전형적인 사유라고 보는 것이다. 후자의 방법이 신의성실의 원칙을 적용하는 본래적 모습이다. 이를 통해 소멸시효 기산점의 판단에서 법적 안정성을 도모하고, 나아가 보편적 법리로써 다양한 과거사 사건 피해자들을 총체적으로 구제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대법관 노태악의 반대의견] 다수의견이 들고 있는 ‘권리행사의 객관적, 합리적 기대가능성’이라는 판단 기준은, 소멸시효 제도의 취지나 현재까지 확립된 법리에 정면으로 반하는 것으로, 모호하고 불명확한 기준으로 인하여 법률상 장애와 사실상 장애의 구별에 혼란을 가져온다. 또한 민법상 소멸시효에 관한 다른 규정들, 즉 미성년자의 성적 침해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 규정이나 시효정지 제도와의 관계에 비추어 보더라도 균형이 맞지 아니한다. 특정 사건에만 적용하고자 소멸시효 기산점의 예외를 무리하게 확장하는 것은 예외 이론의 남용이다.
[2] 헌법재판소가 2021. 5. 27. 구 광주민주화운동 관련자 보상 등에 관한 법률(1997. 1. 13. 법률 제529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광주민주화보상법’이라 한다) 제16조 제2항(이하 ‘화해간주조항’이라 한다)의 ‘광주민주화운동과 관련하여 입은 피해’ 중 ‘정신적 손해’에 관한 부분은 헌법에 위반된다는 결정을 선고한 후, 5ㆍ18민주화운동 관련자의 유족 등인 甲 등이 공무원들의 위법한 공무집행행위로 인하여 정신적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면서 국가배상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는데, 甲 등이 5ㆍ18민주화운동 관련자의 가족으로서 가지는 고유의 위자료 청구권이 민법 제766조 제1항에서 정한 3년의 시효로 소멸하였는지 문제 된 사안에서, 5ㆍ18민주화운동 관련자의 가족이 권리행사를 하지 못한 상황은 법률의 부지 또는 잘못된 법률 해석 등 그의 주관적 사정이나 귀책사유로 인하여 발생하였다고 보기 어렵고, 오히려 이는 가해자로서 손해를 배상해야 할 국가가 불법행위일로부터 상당한 시간이 경과한 후 뒤늦게 보상 관련 법령을 제정ㆍ집행하는 과정에서 보상의 대상과 범위를 협소하게 규정하고 법률관계를 명확하게 하지 못한 채 국가편의주의적인 입장에서 위헌성의 여지가 있는 ‘동의 및 청구서’ 서식에 따라 보상 절차를 신속히 마무리하려고 하면서 초래한 측면이 있으며, 국가배상제도의 목적과 과거사 사건의 특수성 및 피해자 보호 필요성을 아울러 고려한다면, 관련자의 가족에게 관련자 또는 그 유족에 대한 광주민주화운동 관련자 보상심의위원회의 보상금 등 지급결정일에 자기 고유의 위자료 청구권을 행사할 것을 객관적, 합리적으로 기대할 수 있었다고 평가할 수는 없어서 보상금 등 지급결정일을 소멸시효 기산점으로 삼을 수 없고,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을 통해서 관련자의 가족이 구 광주민주화보상법에 따른 보상금 등 지급과는 무관하게 그와 별도로 고유의 정신적 손해에 대한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는 점이 법적으로 선언됨으로써 관련자 가족 고유의 위자료 청구권 행사에 대한 장애사유가 비로소 제거되었다고 평가할 수 있으므로, 甲 등이 보상금 등 지급결정으로 손해 및 가해자를 알았더라도 甲 등에게는 위헌결정이 있기까지 고유의 위자료 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었던 장애사유가 존재하였다고 보아야 하며, 따라서 甲 등은 화해간주조항의 존재로 인하여 위헌결정일인 2021. 5. 27.까지 관련자의 가족으로서 가지는 고유의 위자료 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었고, 그로부터 3년이 경과하기 전에 소를 제기한 이상 甲 등의 고유의 위자료 청구권에 관한 소멸시효는 완성되지 않았는데도, 이와 달리 본 원심판단에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주제: 불법행위(국가배상)에 따른 손해배상청구권의 단기소멸시효 기산점과 ‘권리행사의 객관적·합리적 기대가능성’
이 판결은 과거사 사건 및 위헌 결정과 관련된 국가배상청구 소송에서 ‘피해자가 언제부터 권리를 행사할 수 있었다고 볼 것인가(소멸시효 기산점)’에 대한 대법원의 중대한 법리적 기준을 제시한 사례입니다. 5·18민주화운동 관련자 가족의 고유 위자료 청구권에 대해, 보상금 지급 결정일이 아닌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일(2021. 5. 27.)을 기준으로 소멸시효가 진행된다고 판단하여 피해자 구제의 폭을 넓혔습니다.
실무 현장에서 불법행위 손해배상(특히 국가나 공공기관을 상대로 하는 배상 청구)의 소멸시효 완성 여부를 판단할 때 적용할 수 있는 핵심 지침입니다.
‘소멸시효 기산점’ 판단 기준의 유연화: 기존에는 권리행사의 ‘법률상 장애(예: 법령상 금지)’가 있어야만 시효가 정지되고, ‘사실상 장애(예: 권리의 존재를 모름)’만으로는 시효 진행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이 원칙이었습니다. 그러나 본 판결은 "권리행사를 객관적, 합리적으로 기대할 수 없는 사유"가 있다면 법률상 장애가 아니더라도 시효가 진행하지 않는다고 판시했습니다.
국가배상 및 과거사 사건에서의 시효 항변 방어: 국가나 공공기관의 중대한 불법행위(과거사, 위법한 공무집행 등)에 대해 뒤늦게 소송을 제기할 때, 피고(국가)의 ‘소멸시효 완성’ 주장을 방어할 수 있는 강력한 논거가 됩니다. 관련 법령이 불명확했거나 위헌적 요소가 있어 피해자가 권리행사를 주저할 수밖에 없었던 사정이 입증된다면, 시효의 시작점을 ‘위헌 결정일’ 등 장애가 해소된 시점으로 늦출 수 있습니다.
실무 적용 시 주의점 (확대 해석 경계): 이 법리는 '국가배상제도의 목적과 과거사 사건의 특수성'을 강하게 고려한 판결입니다. 따라서 일반적인 민사상 불법행위나 통상적인 노동 분쟁(일반 기업 대상의 임금채권, 산재 민사상 손해배상 등)에 이 법리를 무분별하게 차용하여 "권리행사를 기대하기 어려웠다"며 시효 정지를 주장하는 것은 법원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을 위험이 큽니다. 사안의 성격(국가의 기본권 침해 여부 등)을 엄격히 구분하여 적용해야 합니다.
민법상 소멸시효 파트를 학습할 때, 소멸시효의 기산점(민법 제166조 제1항)과 불법행위 단기소멸시효(민법 제766조 제1항)의 관계를 이해하는 핵심 판례로 정리해야 합니다.
법리적 쟁점 (원칙과 예외의 교차):
원칙: 불법행위 단기소멸시효(3년)는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부터 진행하지만, 동시에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때(민법 제166조 제1항)'가 도래해야만 시효가 진행됩니다.
장애 사유의 구분: 전통적으로 판례는 권리행사의 장애를 '법률상 장애'와 '사실상 장애'로 엄격히 구분해 왔습니다.
새로운 기준 도입: 대법원 다수의견은 이 둘의 구분이 언제나 뚜렷한 것은 아니라고 보며, 궁극적인 판단 기준으로 ‘권리행사의 객관적, 합리적 기대가능성’을 명시했습니다.
대법관들의 의견 대립 (매우 중요): 객관식 및 사례형 시험에서 오답을 유도하기 좋은 포인트입니다. 각 의견의 논리 구조를 명확히 비교해 두세요.
[다수의견] 시효 정지의 요건으로서 '권리행사의 기대가능성'을 소멸시효 기산점 판단(시효의 진행 자체를 막는 것)의 기준으로 삼았습니다.
[별개의견 - 오경미 대법관] 시효 기산점은 기존대로 엄격하게 보되, 국가가 시효 완성을 주장하는 것 자체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권리남용'에 해당하여 배척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기존 대법원 선례의 태도를 유지하면서 신의칙으로 해결하려는 시각)
[반대의견 - 노태악 대법관] 다수의견의 기준이 모호하여 법적 안정성을 해치고 법률상/사실상 장애의 구분을 흩트리므로, 예외를 무리하게 확장해서는 안 된다고 반대했습니다.